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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르치기/어휘

잃다, 잃어버리다 차이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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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다'와 '잃어버리다'는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는 어느 것을 사용해도 자연스럽습니다. 

 

가.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어요. (O)

나.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어버렸어요. (O)

 

다. 낯선 동네에 가서 길을 잃었어요. (O)

라. 낯선 동네에 가서 길을 잃어버렸어요. (O)

 

그러나 이 둘을 혼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의 의미 차이에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도박을 해서 돈을 잃었어요. (O)

나. 도박을 해서 돈을 잃어버렸어요. (X)

 

다. 길에서 핸드폰을 잃었어요. (X)
라. 길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O)

 

마.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O)

바. 전쟁에서 목숨을 잃어버렸어요. (X)

 

위의 세 쌍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잃다'가 어색한 경우와 '잃어버리다'가 어색한 경우가 모두 나타납니다. '잃어버리다'라고 하면 '어디 있지?'하면서 찾는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는데요. 도박을 해서 돈을 잃는다고 하는 것은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분실'의 경우가 아니라 완전한 '상실'의 의미를 가집니다. 즉 이 돈은 기억이 난다고 해서 다시 찾을 수 있거나 누가 주워서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다, 라의 문장에서도 단순한 분실인 경우에는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라고 표현해야 자연스럽습니다. 만약 '핸드폰을 잃었어요'라고 말하면 문장이 매우 어색해지는데,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도박이나 게임에서 진 대가로 핸드폰을 내 주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합니다. 

 

마, 바의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목숨을 잃다'라는 말은 있지만 '목숨을 잃어버리다'라는 말은 말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즉,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잃다'의 경우에는 영구적인 상실의 의미를 가지므로 다시 되찾거나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 적확하게 쓰이고, '잃어버리다'의 경우에는 '분실'의 의미로 자주 쓰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잃다'와 '잃어버리다'는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영구적 상실'과 '분실'의 개념으로 구분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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