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즐겁다 차이점 비교

'기쁘다'와 '즐겁다'는 모두 기분이 좋음을 표현하는 '기쁨'의 감정 어휘입니다. 두 단어 모두 한국어 학습의 초기인 초급 단계에서 배우게 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의외로 이 두 단어를 잘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습자들이 다음과 같이 '기쁘다'와 '즐겁다'를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습니다. (*별표는 비문 표시입니다.) 

 

가.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 시간이 가장 {*기뻤어요 / 즐거웠어요}.

나. 어제 친구들과 {*기쁘게 / 즐겁게} 놀았다. 

다. 주말 {*기쁘게 / 즐겁게} 보내세요. 

라. 너무 {기뻐서 / *즐거워서} 눈물이 났다. 

 

위의 가, 나, 다는 모두  '즐겁다'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 '기쁘다'를 잘못 사용했고, 라의 경우에는 '즐거워서'가 아닌 '기뻐서'가 어울립니다. '기쁘다'와 '즐겁다'가 모두 좋은 기분을 표현한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우선 사전을 찾아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전적 정의]

① 기쁘다 :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

② 즐겁다 :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

 

역시 둘 다 마음이 흐뭇한 건데 학습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면 학습자들에게 멘붕이 오겠죠? 선생님들도 멘붕이긴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렇다면 '기쁘다'와 '즐겁다'의 핵심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① 기쁘다: 어떤 것을 얻음으로써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정,  순간적이고 강렬한 감정

② 즐겁다: 어떤 것을 즐김으로써 느끼게 되는 기분 좋은 감정

 

위의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면 둘의 차이점에 대한 핵심 정보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우선 '기쁘다'는 어떤 것을 획득함으로써 얻어지는 감정으로, 순간적이면서 강렬한 감정입니다. 이 획득, 즉 얻음이라는 상황을 세분화하면 어떤 것을 성취하거나(꿈을 이룸, 성공함, 대학에 합격하거나 취직하는 등의 상황), 사람들을 만나거나(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상황), 문제가 해결되거나(돈 문제가 해결됨, 전쟁이 끝남, 친구와 화해하는 등의 상황), 인정을 받는(칭찬이나 상을 받음) 등 어떤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상황에서 주로 사용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쁘다'가 순간적인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은 '즐겁다'와의 결정적인 차이를 낳습니다. '기쁘다'는 순간적인 감정이므로 일정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활동과 함께 사용할 경우 어색합니다. 반면에 '즐겁다'의 경우에는 어떤 것을 즐김으로써 느끼는 감정이므로, 어떤 활동을 하는 과정이나 그 시간을 통과함으로써 얻어지는 감정을 표현할 때 적합합니다. 

 

그럼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다시 이 문장들을 살펴 봅시다. 

 

가.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 시간이 가장 {*기뻤어요 / 즐거웠어요}.

나. 어제 친구들과 {*기쁘게 / 즐겁게} 놀았다. 

다. 주말 {*기쁘게 / 즐겁게} 보내세요. 

라. 너무 {기뻐서 / *즐거워서} 눈물이 났다. 

 

'가'는 수학 시간의 공부를 통해 얻은 감정을 표현합니다. 순간에 무엇인가를 얻음으로써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 수학 시간의 활동과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므로 '즐겁다'가 어울립니다. 마찬가지로 '나'와 '다' 역시 '놀다', '주말을 보내다'와 같이 일정한 시간 동안의 활동을 즐긴 것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므로 '즐겁다'가 어울리는 것입니다. 

 

'라'의 경우도 재미있는데요. '기쁘다'의 경우, 순간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반해, '즐겁다'의 경우에는 눈물이 날 만큼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즉, 감동을 느끼게 할 만큼 강한 느낌이라면 '즐겁다'가 아닌 '기쁘다'의 사용이 적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image_ssam 이 주소로 오시면 더 많은 한국어 유의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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